2009년 5월 4일 월요일

[책] 눈의 탄생


개인적으로 옛날 옛적 고생대에 관해서 '도대체 뭣땀시 이런 일이 생겼을꼬!'라며 신기하고 궁금하게 여긴 사건 두개가 있다.

1. 고생대의 문을 활짝 열어 제낀 캄브리아기의 대폭발
2. 고생대의 마지막을 장식한 페름기의 대멸종

사실 둘 중 더 센세이셔널한 쪽은 페름기의 대멸종이겠다. 생물종의 90% 가까이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대사건인지라 공룡이 멸종한 것과는 비교도 안되는 큰 재앙이었다. 위키피디아를 확인해보니 개체수로 보면 99.5%가 갑작스레 죽어버린 참사였다고 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지구상의 생물들이 멸종 바로 직전까지 몰렸던걸까?

캄브리아기의 대 폭발은 그전까지는 등장하지 않던 다양한 종류의 다양한 형태의 다세포 생물들이 대거 폭발하듯 등장한 사건이다. 5억년 전에 갑자기 뭔가 일이 생기면서 생명의 가지가 무척이나 풍요로워진 거라고 한다. 최소한 화석 기록 상으로는. 현재 존재하는 동물계의 34문이 모두 그때 갑자기 생겼고 그 이후로 새로운 문이 생기지 않았다고 어디에선가 읽었던 거 같다.  생명 진화의 긴 흐름 중에서 무언가 진정 드라마틱한 일이 생겼던 거다.

이 책은 웹 서핑 중 그만 '캄브리아기 폭발의 수수께끼를 풀다'란 부제에 낚여서 아무 생각없이 충동구매한 책이다. '드디어 뭔가가 풀린 건가!'라며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쇼핑 카트의 결제 버튼을 꽉 눌렀더랬다.

개인적으로 그 동안 전혀 몰랐던 걸 두개 알게 되었는데, 첫째는,

"알려진 최초의 눈을 가진 생물체는 고생대에 번성했던 삼엽충이다"

둘째는 캄브리아기 폭발이 다음 그림처럼 폭발 기간 동안 34개에 이른다는 다양한 생물문들이 급격히 진화해서 분화한 것이 아니라,


실은 다음과 같다는 거다.


이미 그전 십억년 이상의 선 캄브리아기에서 생물문의 분화가 오랜 기간에 걸쳐 다 이뤄진 상태였고, 대폭발은 단지 그들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급작스럽게 분명한 형태를 가진 딱딱한 외형을 갖게 된 사건이라는 거다. 그렇다! 이게 합리적이다! 짧은 캄브리아기에만 무언가 신비스러운 일이 일어나 진화가 확 빨라져서 전혀 다른 내부 구조를 가진 여러 생물문들이 갑작스럽게 출현했다고 보는 건 무언가 많이 심오한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가! 이렇게 보면 대폭발에 대한 질문이 왜 갑자기 생명의 나무가 풍성해졌느냐가 아니라, 왜 그동안 각자 잘 살다가 갑자기 딱딱하고 특화된 외형을 갖추어야만 했는가가 된다.

삼엽충에서 최초의 눈이 출현한 일이 모든 것을 바꿔놓은 것이다. 모두가 눈 먼 세상에서 혼자 눈을 가졌다면 과연 그 녀석은 뭘 할 수 있겠나. 그야말로 아무거나 맘먹은 대로!가 된다. 먹이 구하기는 그저 주변에 널린 걸 주어담는 일이 될 것이요, 멀찍이 오는 포식자를 보고 피하는 것도 그냥 식은 죽 먹기다. 이런 눈뜬 녀석들이 생겨나게 되면 생물들은 그때까지와는 전혀 다른 경쟁 환경에 놓이게 된다. 눈뜬 탐욕스런 포식자에게서 살아 남기 위해 보다 강하고 견고한 갑옷이 필요해지고, 눈 뜨고 번개처럼 도망가는 먹이를 잡아먹기 위해서는 보다 빨리 움직일 수 있는 강한 근육과 상대를 붙잡을 수 있는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 팔 다리가 있어야만 한다. 상대의 시각을 교란시킬 수 있는 교묘한 무기가 생기게 되고, 짝을 유인하기 위한 치장이 필요해진다. 그야말로 지금까지는 전혀 필요하지 않았던 다양한 무기와 갑옷과 도구들에 대한 압력과 수요, 극심한 군비경쟁이 생기게 된다. 그것도 급격히. 이 모든 복잡한 변화를 추동하는 힘이 바로 '눈의 탄생'에서 비롯된 것이고, 바로 그 시기가 캄브리아기라는 것이 이 책의 논지이다.

아아.. 이거 완전 그럴듯 하지 않은가!

읽으면서 이 아저씨의 논리가 참으로 명쾌하구나, 뭐 어떻게 봐도 반론의 여지가 도저히 떠오르지 않는다 라고 생각했었다. 그랬건만, 정작 위키피디아의 캄브리아 대폭발 항목을 보니 그냥 여러 가설 중의 하나일뿐 특별하게 취급되고 있지는 않더라는. 논리는 참 멋져 보였건만 뭔가 약점이 있는게 아닌가 싶다. 눈이 처음 출현한게 실은 캄브리아기 한참 전이었다던가..뭐 그런 거..

여하튼, 이 책은 눈을 가진 생물이 처음 출현했을 때, 그게 얼마나 큰 충격이었을까 하는 걸 다시금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그러고보면 우리 인간도 그 특유의 지적 능력-_-으로 지구상의 생물계에 짧은 시간 동안 엄청난 충격을 가하고 있는 건데 이게 나중에 어떤 식으로 기억되려나? '사피엔스기 대폭발'보다는 '사피엔스기 대멸종'이 될 확률이 커 보이기는 하다만.. 아직 그걸 판단하기는 몇백만년은 이른듯.

댓글 2개:

  1. 오옷... 정말 그럴듯하군요. 저도 이상하게 활자로 된것에 쉽게 넘어가는 스타일인데 괴수님도 비슷한 듯... ㅎㅎ



    그런데 캄브리아기 대폭발이라는게 근 5천만년은 되던데... 혹시 캄브리아기에 엄청난 분화가 일어난게 아니라 다른 시기에 분화가 엄청 안일어났던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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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iwongu - 2009/05/12 03:42
    저야 활자에 약한 것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귀가 얇은 사람인지라, 웬만한 거에는 다 넘어갑니다. -_-;;



    그나저나 답글을 올리신 시간이 새벽 3시 42분.. 그 시간에 일어나신 겝니까. -_- 일반적인 전산인과는 참 많이 다른 삶을 살고 계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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