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가슴을 안고 집에 돌아 왔네요. 아는 사람이 장난처럼 건네 줬던 청주 한팩이 집에 있길래 따서 마셨습니다. 알딸딸해요.
그전까지는 몰랐었는데.. 제가 그 사람을 많이 좋아했었더군요. 시청과 조계사 앞을 오가면서 몇번이나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느라 힘들었습니다. 이제 겨우 환갑을 막 지났을 따름인데.. 퇴임한지 고작 1년 3개월 남짓 지났을 따름인데.. 너무 빨리 가셨어요.
무엇이 그들을 그토록 그 사람을 미워하도록 만들었던 걸까요. 무엇이 농사나 지으며 조용히 살고 싶다는 사람을, 퇴임하고 나서 '아~ 시원하다~'라고 외치며 해맑게 웃던 사람을, 주변 사람들을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안될 지경까지 몰아부치게 만들었던걸까요.
저는 그들이 아니라서, 그들과 아무 것도 공유하는 것이 없어서, 그래서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네요.
돌이켜 보니 2002년의 그 승리는 정말 작은 승리였어요. 2004년 탄핵 때의 승리도 참 작은 승리였고요. 그때는 이걸로 우리가 이겼노라고 잠시나마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은채로 여전히 건재하네요. 그리고 한번 자기를 상처입힌 자는 절대 잊거나 용서하는 법이 없네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지켜야할 무언가가 그들에겐 있는 걸까요? 하긴 조폭에게도 목숨 걸고 지켜야할 나와바리가 있죠.
분향갔다가 집에 들어오는 길에 살 물건이 있어서 조그마한 가게에 들렀었어요. 가게 주인 아주머니랑 계산을 하고 있는데 주인 아저씨가 '축 노무현 사망!'이라면서 다른 사람이랑 헤헤거리고 있더군요. 한번 꽥 소리를 질러주려다 참았습니다. 얼핏 봐도 가난하고 못 배운 듯한 사람이었어요. 무엇이 이 사람을 그 어떤 정치인보다도 자기와 가장 가까웠을 사람에 대해 이렇게 느끼도록 만들었으까 생각하니 그냥 아득해졌습니다.
정말 아무 것도 아니지만 이번 일주일 동안은 검은 옷을 입고 출근하려고 합니다. 그냥 그러는게 제 자신에 대한 예의인것 같네요.
명복을 빕니다. 저 세상에서는 다른 근심없이 편안히 쉬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