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27일 토요일

'다윈의 식탁'

Yes24에 다른 책을 사려 갔다가 '장대익'이라는 익숙한 저자 이름과 '다윈'이라는 더욱 익숙한 이름을 보고는 아무 생각없이 같이 질러본 책이다. 그런데 정작 원래 사려던 책보다 훨씬 더 흥미진진해서 한번 들춰봤다가 그만 뚝딱 몇시간만에 다 읽어 버리는 참사가 벌어지고 말았다. 이런 재미있는 책은 과감히 추천해주는 것이 세상에 대한 예의가 아닌가 싶다.

이 책 형식이 상당히 재미있다. 도킨스, 굴드, 핑커 같은 1급의 진화학자들이 가상의 토론회에 모여 현대 진화론의 여러 쟁점들에 대해서 각자의 의견을 내세우며 날이 선 논쟁을 벌이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마치 피 튀기는, 아니 침 튀기는 '100분 토론'을 볼 때와 비슷한 쾌감을 준다. 100분 토론 보면 알겠지만 절대 서로 예의 안 차리지 않던가. 그래도 세계적 석학들이라는 분들이 모여서 서로 상대를 긁어대고 비아냥대고 서로를 바보 취급하는 와중에 느껴지는 아슬아슬한 스릴! 그래, 이러니 이 사람들이 맨날 싸웠었지! 손에 땀을 쥐고 관전하다가 모르는 사이에 차곡차곡 알게 되는 현대 진화론의 경향과 쟁점들. 가상으로 꾸민 이야기라는 건 알지만 정말 마음에 들더라.

아아.. 실제로 이런 이벤트가 있었으면 정말 대박이었을텐데, 그저 꿈에 그칠 수 밖에 없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굴드 선생이 유명을 달리한 지금에서야 절대 이뤄질 수도 없기도 하겠고.

이 책의 정말 무서운 부분은 뒷 부분에 나오는 '이 책을 만드는데 들어간 재료들' 장이다. 참고 도서들을 번역서 원서할 것 없이 줄줄줄 소개해주고 있는데, 더할 나위 없는 일품의 뽐뿌더라. 보다가 하나하나 사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다. 이 책 저자 장 선생님, 이 책들 사도 저는 도저히 볼 여유가 없답니다. 좀 봐주세요. -_-;;

실은 참지 못 하고 바로 어제 강남 교보문고 자연 과학 코너에 갔었다. 기분 탓인지 '진화론'을 다룬 책이 한가득 쌓여 있었는데, 뭐랄까, 그 많은 책들을 바라 보고 있자니 왠지 바야흐로 진화론의 새로운 중흥기가 온 게 아닐까하는 생각까지 들더라. 확고부동한 주류라는. 역설적이지만 지적설계론의 창궐이 역풍을 불러와서 진화론을 다룬 대중과학도서가 이리 많이 늘어나게 만든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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