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28일 일요일

과천 과학관 방문

옛날에 워싱턴 스미소니언 박물관 갔다가 감동 먹은 이후로 항상 자연사 박물관에 가보고 싶어 했었다. 그러던 차에 얼마 전 개관한 과천 과학관에 자연사관이 있다는 소문 + 다윈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여 다윈 전이 열린단 소문을 듣고 그닥 할 일 없이 노닥거리던 토요일 오후에 무거운 몸을 이끌고 행차하셨다는 사실.


몰랐는데 가봤더니 2008년 까지는 무료 입장이더라. 덕분에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서 쾌적한 관람에는 조금 지장이 있었다. 개관한지 어느덧 한달이 넘었건만 내가 이게 있다는 소식을 들은 건 겨우 어제. 역시 아이들을 위한 시설로 인식되어서인지 나같은 과학 청장년-_-에게는 소식이 닿질 않는다.

여기가 입구다. 건물이 상당히 커서 제대로 관람하려면 꽤 시간이 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이 나의 목표, 자연사관 되겠다. 여기 말고도 첨단 과학관이나 기초 과학관같은 다양한 시설이 구비되어 있었다. 그러나 일단 자연사관이 먼저다.

처음 들어가면 이 화석들을 볼 수가 있다. 무려 6억년 전, 말 그대로 태초의 화석이다! 사실 상상이 안 가는 숫자다. 그때의 암석과 화석이 이리 온전하게 남아 있다는 것부터가 놀랍다. 캄브리아기 대폭발 이전의 생물들.
조금 더 자세히 본 화석. 6억년 전의 생물이다.
고생대의 삼엽충등. 오른쪽 녀석은 세계 최대의 크기를 가진 삼엽충 화석이라는데, 비교할 대상이 없다보니 사진 상으로는 그렇게 커보이진 않는다. 일반적인 성인 상반신만한 크기였다.
그 옛날 수중 생활을 하던 전갈들. 지금은 이렇게 암석에 흔적만 남아 있다.
극피 동물 화석.
그냥 상어 이빨이라고 되어 있지만, 최대의 상어였던 메갈로돈의 이빨이 아닌가 싶다. Dyatrima 님의 블로그(http://blog.naver.com/dyatrima)에서 몇번 본 적이 있다. 기억에는 아마 연골 어류라 이빨 이외에는 화석으로 남지 않는다고 들은 거 같다. 수집가들 사이에서 비싸게 거래된다고 하더니, 다른 전시품과는 달리 기증자가 따로 있었다.
다세포 생물의 종류가 폭발적으로 갑작스럽게 늘어났던 캄브리아 대폭발때의 생물. 이때 왜 이런 현상이 생겼는지는 아직 수수께끼라고 알고 있다. 지적 존재가 개입한 걸까?  :-) 스티븐 제이 굴드가 버제스 셰일의 캄브리아 화석을 중심으로 책을 쓴게 있었는데 나중에 한번 읽어봐야겠다.
중생대의 어룡 화석.
그 크기를 짐작해 볼 수 있다.
공룡 세계의 영원한 스타. 티라노사우르스다. :)
좀 더 가까이서 아랫이들을 본 모습.
신생대 포유류 매머드의 화석. 어른 두명은 됨직한 높이다. 이거 말고도 길이 6미터에 달하는 거대 나무늘보의 화석도 인상 깊었다. 너무 커서 사진에 못 담았을 정도다. 설명에 따르면 빙하기 때 유독 거대 포유류들의 많았는데, 크면 클수록 체적이 적어서 열을 더 천천히 빼앗기기 때문이란다. 빙하기면 먹을게 부족해서 작아지지 않을까 짐작했었는데 부끄럽다. -_-
역시 신생대의 아르마딜로 화석. 인상적이다.
마지막으로 신생대 최강의 존재, 인간이다. 과연 포스가 남다르다. 저 몸에 걸친 것들을 보라! 사실 인간이란 동물을 가장 특징짓는 것들은 저러한 도구들일게다. 몇억년 뒤에 아마 남다르게 번성한 인간 자체보다 저런 다양한 도구들이 더 화석으로 많이 남아 있을 게 뻔하다.

자연사관은 이 정도였는데, 전시물이 아주 풍성하고 많은 건 아니었지만, 내 눈으로 직접 몇억년, 몇천만년의 역사를 담고 있는 화석들을 본다는 경험은 좀 각별하지 않았나 싶다. 언젠가 또 기회가 되면 아이들을 데리고 다시 오게 될 것 같다.

그런데, 자연사관 다음의 두번째 목표였던 '다윈전'이 관내 어디에서도 보이질 않았다. 알고 봤더니 특별 전시관이 밖에 일반 전시관과 분리되어서 따로 있더라. 조금 헤맸다.
그런데 고생해서 찾아갔더니만,
이미 시간이 많이 늦어버렸던 거다. 게다가,
아아.. 왜 이런 것이야. -_- 입장료 9천원이면 영화 한편 보는 것보다도 더 많은데.. 과연 그 정도 가치를 하는 전시인지는 확신이 안 선다. 조금 더 알아볼 필요가 있을듯. 다행히 내년 봄까지 계속 한다.

그나저나 우리나라에도 제대로 된 자연사관이 생긴다는 뉴스가 있더라.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112&aid=0001973385) 몇년 더 기다려야 할 것 같기는 한데, 이것도 꽤 나름 기대된다는. 잘 좀 진행되길 바란다.


2008년 12월 27일 토요일

'다윈의 식탁'

Yes24에 다른 책을 사려 갔다가 '장대익'이라는 익숙한 저자 이름과 '다윈'이라는 더욱 익숙한 이름을 보고는 아무 생각없이 같이 질러본 책이다. 그런데 정작 원래 사려던 책보다 훨씬 더 흥미진진해서 한번 들춰봤다가 그만 뚝딱 몇시간만에 다 읽어 버리는 참사가 벌어지고 말았다. 이런 재미있는 책은 과감히 추천해주는 것이 세상에 대한 예의가 아닌가 싶다.

이 책 형식이 상당히 재미있다. 도킨스, 굴드, 핑커 같은 1급의 진화학자들이 가상의 토론회에 모여 현대 진화론의 여러 쟁점들에 대해서 각자의 의견을 내세우며 날이 선 논쟁을 벌이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마치 피 튀기는, 아니 침 튀기는 '100분 토론'을 볼 때와 비슷한 쾌감을 준다. 100분 토론 보면 알겠지만 절대 서로 예의 안 차리지 않던가. 그래도 세계적 석학들이라는 분들이 모여서 서로 상대를 긁어대고 비아냥대고 서로를 바보 취급하는 와중에 느껴지는 아슬아슬한 스릴! 그래, 이러니 이 사람들이 맨날 싸웠었지! 손에 땀을 쥐고 관전하다가 모르는 사이에 차곡차곡 알게 되는 현대 진화론의 경향과 쟁점들. 가상으로 꾸민 이야기라는 건 알지만 정말 마음에 들더라.

아아.. 실제로 이런 이벤트가 있었으면 정말 대박이었을텐데, 그저 꿈에 그칠 수 밖에 없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굴드 선생이 유명을 달리한 지금에서야 절대 이뤄질 수도 없기도 하겠고.

이 책의 정말 무서운 부분은 뒷 부분에 나오는 '이 책을 만드는데 들어간 재료들' 장이다. 참고 도서들을 번역서 원서할 것 없이 줄줄줄 소개해주고 있는데, 더할 나위 없는 일품의 뽐뿌더라. 보다가 하나하나 사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다. 이 책 저자 장 선생님, 이 책들 사도 저는 도저히 볼 여유가 없답니다. 좀 봐주세요. -_-;;

실은 참지 못 하고 바로 어제 강남 교보문고 자연 과학 코너에 갔었다. 기분 탓인지 '진화론'을 다룬 책이 한가득 쌓여 있었는데, 뭐랄까, 그 많은 책들을 바라 보고 있자니 왠지 바야흐로 진화론의 새로운 중흥기가 온 게 아닐까하는 생각까지 들더라. 확고부동한 주류라는. 역설적이지만 지적설계론의 창궐이 역풍을 불러와서 진화론을 다룬 대중과학도서가 이리 많이 늘어나게 만든건지도 모르겠다.

2008년 12월 19일 금요일

하하;;

블로그란 걸 처음 본지 한 5년은 된 거 같은데,

오늘에서야 처음으로 블로그란 걸 만들어 보는군요. 이 게으름과 타성이라니. 후훗. -_-

생각해보면 인터넷에 10년도 더 전에 처음 www와 모자잌이 나왔을 때도, '저런걸 뭐하러 쓰나?'라면서 그저 좋아하던 archie와 ftp에만 열중했었던 기억도 납니다. 웹이 어떤 물건인지 전혀 못 알아봤다는 사실. 천성인거죠. 새로운거 그냥 싫어하는. -_-

몇년 전에 친한 친구들이랑 노닥+투닥거리려던 목적으로 온갖 쓸데없는 잡담들과 변태적인 내용들로 점철된 제로보드를 운영했었는데, 아마 하던 버릇 남 못준다고 이 블로그도 비슷한 방향으로 가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하;;

그럼,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