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워싱턴 스미소니언 박물관 갔다가 감동 먹은 이후로 항상 자연사 박물관에 가보고 싶어 했었다. 그러던 차에 얼마 전 개관한 과천 과학관에 자연사관이 있다는 소문 + 다윈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여 다윈 전이 열린단 소문을 듣고 그닥 할 일 없이 노닥거리던 토요일 오후에 무거운 몸을 이끌고 행차하셨다는 사실.
몰랐는데 가봤더니 2008년 까지는 무료 입장이더라. 덕분에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서 쾌적한 관람에는 조금 지장이 있었다. 개관한지 어느덧 한달이 넘었건만 내가 이게 있다는 소식을 들은 건 겨우 어제. 역시 아이들을 위한 시설로 인식되어서인지 나같은 과학 청장년-_-에게는 소식이 닿질 않는다.
여기가 입구다. 건물이 상당히 커서 제대로 관람하려면 꽤 시간이 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이 나의 목표, 자연사관 되겠다. 여기 말고도 첨단 과학관이나 기초 과학관같은 다양한 시설이 구비되어 있었다. 그러나 일단 자연사관이 먼저다.
처음 들어가면 이 화석들을 볼 수가 있다. 무려 6억년 전, 말 그대로 태초의 화석이다! 사실 상상이 안 가는 숫자다. 그때의 암석과 화석이 이리 온전하게 남아 있다는 것부터가 놀랍다. 캄브리아기 대폭발 이전의 생물들.
조금 더 자세히 본 화석. 6억년 전의 생물이다.
고생대의 삼엽충등. 오른쪽 녀석은 세계 최대의 크기를 가진 삼엽충 화석이라는데, 비교할 대상이 없다보니 사진 상으로는 그렇게 커보이진 않는다. 일반적인 성인 상반신만한 크기였다.
그 옛날 수중 생활을 하던 전갈들. 지금은 이렇게 암석에 흔적만 남아 있다.
극피 동물 화석.
그냥 상어 이빨이라고 되어 있지만, 최대의 상어였던 메갈로돈의 이빨이 아닌가 싶다. Dyatrima 님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dyatrima)에서 몇번 본 적이 있다. 기억에는 아마 연골 어류라 이빨 이외에는 화석으로 남지 않는다고 들은 거 같다. 수집가들 사이에서 비싸게 거래된다고 하더니, 다른 전시품과는 달리 기증자가 따로 있었다.
다세포 생물의 종류가 폭발적으로 갑작스럽게 늘어났던 캄브리아 대폭발때의 생물. 이때 왜 이런 현상이 생겼는지는 아직 수수께끼라고 알고 있다. 지적 존재가 개입한 걸까? :-) 스티븐 제이 굴드가 버제스 셰일의 캄브리아 화석을 중심으로 책을 쓴게 있었는데 나중에 한번 읽어봐야겠다.
중생대의 어룡 화석.
그 크기를 짐작해 볼 수 있다.
공룡 세계의 영원한 스타. 티라노사우르스다. :)
좀 더 가까이서 아랫이들을 본 모습.
신생대 포유류 매머드의 화석. 어른 두명은 됨직한 높이다. 이거 말고도 길이 6미터에 달하는 거대 나무늘보의 화석도 인상 깊었다. 너무 커서 사진에 못 담았을 정도다. 설명에 따르면 빙하기 때 유독 거대 포유류들의 많았는데, 크면 클수록 체적이 적어서 열을 더 천천히 빼앗기기 때문이란다. 빙하기면 먹을게 부족해서 작아지지 않을까 짐작했었는데 부끄럽다. -_-
역시 신생대의 아르마딜로 화석. 인상적이다.
마지막으로 신생대 최강의 존재, 인간이다. 과연 포스가 남다르다. 저 몸에 걸친 것들을 보라! 사실 인간이란 동물을 가장 특징짓는 것들은 저러한 도구들일게다. 몇억년 뒤에 아마 남다르게 번성한 인간 자체보다 저런 다양한 도구들이 더 화석으로 많이 남아 있을 게 뻔하다.
자연사관은 이 정도였는데, 전시물이 아주 풍성하고 많은 건 아니었지만, 내 눈으로 직접 몇억년, 몇천만년의 역사를 담고 있는 화석들을 본다는 경험은 좀 각별하지 않았나 싶다. 언젠가 또 기회가 되면 아이들을 데리고 다시 오게 될 것 같다.
그런데, 자연사관 다음의 두번째 목표였던 '다윈전'이 관내 어디에서도 보이질 않았다. 알고 봤더니 특별 전시관이 밖에 일반 전시관과 분리되어서 따로 있더라. 조금 헤맸다.
그런데 고생해서 찾아갔더니만,
이미 시간이 많이 늦어버렸던 거다. 게다가,
아아.. 왜 이런 것이야. -_- 입장료 9천원이면 영화 한편 보는 것보다도 더 많은데.. 과연 그 정도 가치를 하는 전시인지는 확신이 안 선다. 조금 더 알아볼 필요가 있을듯. 다행히 내년 봄까지 계속 한다.
그나저나 우리나라에도 제대로 된 자연사관이 생긴다는 뉴스가 있더라.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112&aid=0001973385) 몇년 더 기다려야 할 것 같기는 한데, 이것도 꽤 나름 기대된다는. 잘 좀 진행되길 바란다.
자네 참 건전하고 유익한 취미를 갖고 있구만. "자연사 박물관 관람"이라니~ 너무 멋지네 친구. -_-+ 근데 저 화석들 진짜 맞아? 우리나라 땅에서 맘모스랑 티라노 화석이 나왔을것 같지가 않은데... 그것도 저리 보존이 완벽한 상태로 전신 뼈가 통채로 말이지 (가짜 아녀? -_-;;)
답글삭제@유진 - 2008/12/29 12:04
답글삭제그러게나 말일세. 워낙에 그간 살아온 삶이 건전하고 유익하다보니 겨우 취미란 것이 고작 이런 것 밖에 못 갖고 있구먼. 주말에 딱히 할 일이 없어서 괴로워하다가 혼자서 처량하게 이런 곳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상상해 주시게. 주변에는 다 가족 단위 관람객들 뿐이었다는. -_-
화석들이야 다들 어디서 사온 거겠지. 이런거 꼭 국내에서만 찾아서 하란 법도 없고. 여하튼 애들이 더 자라고 혹여 공학 박사의 딸들답게 과학에 흥미를 보인다면 같이 한번 가보도록 하시게나. 아이들의 정서 함양과 지적 발달에 무척 도움이 되는 시간이 될 걸세. (그리고 다리 근육 단련에도-_-)
@큰머리 괴수 - 2008/12/29 16:35
답글삭제자네가 추천을 한다면 내 한번 믿어보도록 하지. 안그래도 우리 애들은 공룡이라면 깜빡 죽는다네. 근데 과연 공룡빼고 나머지 볼거리가 얼만큼 받쳐주느냐가 문제일것 같구만. (과연 애들이 암모나이트와 삼엽충을 좋아해줄라나 -_-;;)
@유진 - 2008/12/29 12:04
답글삭제사실 나도 자연사관말고 다른데는 거의 못 가봤다네. 생각보다 크더라고. 한 한시간 반동안 4분의 1밖에 못 본거지. 나중에 날 풀리면 바로 옆 동물원이랑 같이 가면 좋을 것 같더구만. '동물원 옆 과학관'이라고나 할까. 체력만 된다면 말일세.
그나저나 공룡은 남자애들이 좋아하는 건줄 알았는데 역시 편견이었구나. 여자애들도 공룡을 좋아한단 말인가!
@큰머리 괴수 - 2008/12/31 00:03
답글삭제그게 바로 미디어의 엄청난 위력 아니겠는가. 생판 본적도 없고 만져본적도 없고 이미 몇백만년 전에 멸종해서 사라져버린 생물을 온갖 환타지로 포장해서 모든 애들이 남녀 가리지않고 열광하도록 만들어버리는 힘! 바로 이 절대반지가 탐나서 MB녀석이 이리도 지랄을 하는걸테지. 골룸같은 MB놈... -_-;
@유진 - 2008/12/29 12:04
답글삭제허허, 이 녀석. 이 사이트에 아직 실명 인증이 적용 안 된 걸 어찌알고 이리 즐거운 악플을 남긴단 말이냐. 사이버 모옥죄란 원 별 희한한 법이 도입된다는데, 그 전에 틈나는대로 심심할 때마다 어서 악플을 달도록 하시게.